산타클로스를 살해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까? 마치 그와 같은 아론 암스트롱 경(卿)의 살해 소식은 인간사의 온갖 이면과 영혼의 밑바닥을 들여다본 브라운 신부마저도 놀란 사건이었다.
아론 경은 청소년 시절 방황과 알코올 중독 등을 스스로의 의지로 벗어났고, 놀라운 재담과 유머로 청중을 즐겁게 하며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실천하는 저명한 박애주의자였다. 때문에 자택 근처 언덕에서 기괴하게 구부러지고 부서진 시신으로 그가 발견되었을 때, 지나가던 기차마저 멈추고 이 황망한 사건에 대해 놀라움과 애도를 금치 못한다. 브라운 신부는 아론 경의 젊은 비서로부터 연락을 받고 경찰과 함께 사건 현장을 조사한다. 신부는 고인의 가족과 사건 현장에서 묘한 위화감을 느끼는데...
<세 가지 흉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인간의 마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각자의 숨겨진 마음이 남긴 그림자와 진실은 긴 여운을 남긴다.
<세 가지 흉기>는 1911년 6월 24일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The Saturday Evening Post)에 처음 게재되었으며, 브라운 신부의 첫 번째 단편 모음집 <브라운 신부의 결백>(1911)에도 재수록되었다.
- G. K. 체스터튼
길버트 키스 체스터튼(Gilbert Keith Chesterton, 1874년 5월 29일 ~ 1936년 6월 14일)은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 작가 중 하나다. 런던 켄싱턴에서 태어난 그는 세인트폴 스쿨을 거쳐 슬레이드 스쿨에서 미술을,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체스터튼은 전기(傳記), 종교 문학, 시(詩), 판타지, 탐정 소설, 철학적 담론 등 다양한 분야의 집필 활동을 했다. 특유의 재기발랄하고 독창적인 역설의 적절한 사용을 통해 '역설의 대가'라는 칭호를 얻었으며, 호탕한 성격과 육중한 체구의 소유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철학적, 종교적으로는 13세기 스콜라 철학의 거두인 저명한 토마스 아퀴나스, 문학적으로는 영국 문학 거장 찰스 디킨스의 영향을 받았다. 또 생전에 H. G. 웰스, 조지 버나드 쇼, 힐레어 벨럭, 막스 비어봄 등 다방면의 걸출한 인사들과 우정을 나누었다.
한편 체스터튼의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한 저명인사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판타지 문학 거장으로 우뚝 선 J.R.R. 톨킨, 19세기 가장 중요한 시인 T.S. 엘리어트 등이 있다.
많은 독자가 체스터튼의 소설들에 대해 큰 찬사를 보냈다. 런던 교외에서 벌어진 내전을 다룬 로맨스 소설 <노팅힐 가의 나폴레옹>, 단편집 <별난 손님들이 모이는 술집>, 그리고 큰 인기를 모은 우화 소설 <목요일의 남자>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소설을 사회적 가치판단과 결부시키면서도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사례로는 역시 로마 카톨릭 사제 겸 탐정인 신부를 등장시킨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1911년에 발표된 〈브라운 신부의 결백 The Innocence of Father Brown〉를 필두로 1914년 〈브라운 신부의 지혜 The Wisdom of Father Brown〉, 1926년 〈브라운 신부의 불신 The Incredulity of Father Brown〉, 1927년 〈브라운 신부의 비밀 The Secret of Father Brown〉, 그리고 1935년에 발표된 〈브라운 신부의 추문 The Scandal of Father Brown〉이 그것이다.
브라운 신부 시리즈는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 아가사 크리스티의 포와로 시리즈와 함께 영국의 정통 탐정 삼인방으로 거론될 정도로 유명하다. 현재에도 드라마와 영화로 계속 제작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증거주의에 철저하여 과학적 추리의 효시라 할 홈즈를 롤모델로 한 다른 탐정들과 달리, 브라운 신부는 사제라는 직업적 특성을 잘 살려 범죄자의 심리를 간파해 나가는 독특한 기법으로 사건의 진상에 도달한다. 또 인간성과 죄의 본질을 탐구한다는 점이 돋보여 체스터튼만의 통찰력이 빛을 발휘한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저작을 남기고 당대 지성들과 교류하며 19~20세기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한 체스터튼은 1936년 초여름 영국 버킹엄셔 비컨즈필드에서 숨을 거두었다. 같은 해 그의 일대기를 기록한 〈자서전〉이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