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법의학자 출신 탐정 손다이크 박사의 런던 사무실로 헨리 커티스라는 사나이가 급히 찾아온다. 그는 그날 아침 변호사와 함께 처남이 사는 맨션을 방문했는데, 문이 통 열리지 않아 건물 직원과 함께 부수고 들어가니 처남이 살해되어 있었다며 도움을 요청한다. 손다이크의 친구이자 동료인 나(저비스)는 곧 함께 사건 현장으로 출동한다.
현장에는 런던 경시청 형사가 이미 와 있고, 피해자의 등에 단검이 꽂혀 살해된 상태다. 경찰은 시신 상태를 보고 왼손잡이의 범행으로 추정한다. 그런데 피살자의 방은 안에서 고리가 잠긴 밀실로, 범인이 어떻게 빠져 나갔는지 오리무중이다.
경찰은 의뢰인 커티스의 딸이 피해자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찾아온 방문객임을 확인하는데, 그녀는 피해자와 불편한 관계의 왼손잡이다. 경찰은 그녀를 진범으로 지목하지만, 손다이크는 굳이 알루미늄 단검을 사용한 이유와 밀실에 주목한다. 그는 단검이 특이한 알루미늄 재질이란 사실, 그리고 검이 꽂힌 옷자락 상태의 미묘한 위화감을 포착하는데...철저히 과학적 증거와 법의학 지식을 토대로 사건을 추적하는 손다이크 박사는 과연 이 기이한 밀실살인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까?
<알루미늄 단검>은 과학 수사물의 선구자로 불리는 법의학 탐정 손다이크 박사 시리즈를 집필한 영국 소설가 겸 외과 의사 R. 오스틴 프리먼의 작품이다. 1910년 <맥클루어 매거진> 11월호에 처음 발표되었다.
- R. 오스틴 프리먼
리처드 오스틴 프리먼 박사는 영국의 탐정 소설 작가이자 외과 의사다.
1862년 4월 11일 영국 런던 소호에서 태어났다. 18세에 런던 미들섹스 병원 의과대학에 입학했고, 24세인 1886년 영국 외과의사 협회 (MRCS) 회원 자격을 취득했다. 이 MRSC 자격은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외과 의사로 활동할 수 있는 대학원 학위로, 이 자격을 취득한 의사는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아일랜드의 왕립 외과의사 협회 회원이 될 수 있다.
프리먼은 이후 병원에 근무하며 25세에 결혼했고, 이후 아프리카에 파견되어 군의관으로 복무하며 심각한 토착 전염병을 연구하는 등 의료인이자 군인으로 활동했다. 그러나 1891년 그 자신도 아프리카 전염병에 감염되어 런던으로 돌아와야 했다.
1892년 이후 그는 미들섹스 병원 임시 외과의사를 거쳐 약 5년간 런던에서 일반의로 일했다. 1901년에는 홀로웨이 교도소 의무부장으로, 1904년엔 런던 항 의무부장으로 임명되어 일했으며, 그 즈음 건강이 크게 악화되어 의사 일을 접고 본격적인 집필 활동에 나섰다.
그는 자신이 직접 배우고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법의학 탐정 손다이크 박사 시리즈를 집필했는데, 과학적 증거를 토대로 한 법의학 미스터리의 선구자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작품 속에서 프리먼은 해박한 의학 지식 특히 해부학 및 법의학 지식을 정확히 선보이며, 독자와 동등한 입장에서 범인을 추적한다는 규칙을 철저히 준수했다. 이같은 프리먼의 작품은 지적인 영국 정통 추리 소설의 한 축을 이끌었다.
또한 그는 소위 '반전 탐정 소설' 장르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 이는 탐정의 수사와 추리를 통해 마지막에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보편적 추리 소설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범인의 신원을 포함한 범죄의 의뢰가 있고, 그 미스터리를 탐정이 어떻게 입증하고 해결하는가 하는 시도를 묘사하는 역추적 방식의 범죄 소설을 말한다.
셜록 홈즈가 코난 도일의 페르소나이듯, 프리먼의 페르소나인 손다이크 박사 시리즈의 많은 걸작은 독성학, 금속학, 열대 의학 등 진지하고 난해한 전문 지식 요소를 동원하여 과학 수사의 진수를 선보인다. 그러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지루하지 않도록 흥미진진한 인물와 소재, 실감나는 현장 묘사, 또 전문 용어를 쉽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각광받았다.
존 딕슨 카, 벤 다인, 엘러리 퀸 등 무수한 후대의 기라성 같은 추리 및 SF 소설 장르 거장들이 한결같이 프리먼의 손다이크 박사 시리즈를 '반드시 읽어야 할 고전 작품'으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법의학 및 과학 수사물의 창시자로 꼽히는 프리먼은 1943년 9월 28일, 영국 그레이브젠드에서 숨을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