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우크라이나의 한 들판 근처에 사는 사악한 용이 나쁜 계략을 꾸며 오빠들에게 식사를 가져다주던 올렌카라는 소녀를 납치한다. 여섯 명의 오빠들은 여동생을 구하러 가지만, 힘센 용을 당하지 못하고 붙잡혀 끔찍한 지하 감옥에 갇힌다. 하루 아침에 여섯 아들과 딸을 잃은 이들의 가난한 부모는 큰 슬픔에 빠진다. 유일한 위안은 너무 어려서 들일을 나가지 않았던 하나 남은 막내 아들이다. 이 어린 아들은 우연히 완두콩 한 알을 발견하고, 땅에 심는다.
놀랍게도 콩을 심은 자리에서는 곧 커다란 완두콩나무가 자란다. 거대한 콩나무에는 단 하나의 꼬투리만이 달려있다. 어린 아들은 꼬투리에서 떨어진 완두콩이 굴러가는 것을 보고 쫓아가 주워 먹는다. 그런데 이 마법의 콩을 먹은 아이는 마치 콩나무처럼 순식간에 자라고, 엄청난 힘을 갖게 된다. 그는 대장장이에게 큰 철퇴를 만들어달라고 하고, 그 철퇴를 들고 용을 무찌르고 형제자매를 구하러 길을 떠나는데...
<완두콩 영웅 전설>은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유명한 영웅 민담이다. '코티고로쉬코'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의 이야기다. 우크라이나어로 그 이름은 굴러온 완두콩을 먹고 낳은 아이라는 뜻이다. 우리말로 하면 '콩돌이 용사', 혹은 '완두콩 영웅' 정도라 할 수 있다.
이야기의 출발은 보통 민담의 영웅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막상 형제자매를 구출한 후에 겪는 여정이 독특하다. 우크라이나 민속 영웅으로서 코티고로쉬코의 이야기는 판타지적 재미 외에도 인간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하게 해주는 풍부한 깊이를 담고 있다. 예르막의 화려하고 유쾌한 칼라 삽화가 풍부하게 실려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 I. 젤레즈노바
이리나 젤레즈노바(Irina Lʹvovna Zheleznova)는 1924년에 태어났다.
그녀는 동유럽 여러나라와 러시아의 민담을 집대성해 아름답고 깔끔한 현대어로 번역해 소개했다. 그녀가 모은 작품들을 집대성한 저서는 1974년 <호박 바다 이야기(Tales of the Amber Sea)> 라는 제목으로 초판이 발행되었다. 오늘날까지 동유럽 민담의 고전으로 꼽힌다. 젤레즈노바는 또 구 소련 영토에 살던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 <보석의 산 (A Mountain of Gems - Fairy-Tales of the Peoples of the Soviet Land)>과 러시아 민담 모음집 <아름다운 바실리사(Vasilisa the Beautiful : Russian Fairy Tales)> 등을 펴냈다.
젤레즈노바가 엄선해 다시 쓴 민담들은 특유의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체에 힘입어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그녀가 소개한 작품들은 서구문학의 대표격인 영국과 게르만, 스칸디나비아 문학과 비슷하면서도 독특한 고유성을 지닌 동유럽 문화와 역사적 전통을 잘 살리고 있다.
이처럼 평생을 동유럽 및 러시아 민담 번역과 소개에 널리 공헌한 젤레즈노바는 1987년 6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