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제왕 코투라>는 시베리아 최북단에 사는 소수민족 네네츠인 사이에서 전해 오는 이야기다.
1년의 대부분이 얼음과 눈이 녹지 않는 동토의 땅 툰드라. 이곳에서 한 네네츠 족 노인이 세 딸과 함께 살았다. 어느 겨울, 매서운 바람과 함께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한다. 며칠이 지나도 눈보라는 그치지 않고, 점점 심해진다. 노인은 북풍의 제왕 코투라를 달래지 않으면 이 눈보라가 그치지 않을 것임을 알고, 큰딸을 코투라에게 시집 보내기로 한다. 노인은 딸에게 북풍의 제왕의 마음에 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자세히 일러준다. 마침내 큰딸은 두툼한 외투를 입고, 썰매를 타고 북풍의 제왕 코투라를 만나기 위해 눈보라를 헤치고 길을 나서는데...
네네츠 족의 딸은 과연 코투라의 신부가 될 수 있을까?
<바람의 제왕 코투라>는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극북 지방 툰드라의 유목민족 네네츠족의 이야기다. 독특한 마법과 판타지가 함께 하는 재미와 함께, 척박한 삶의 환경을 탓하기보다 남다른 인내심과 따뜻한 마음씨, 그리고 성실한 의지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네네츠인의 지혜를 오롯이 담고 있다. 다채로운 칼라 삽화들도 이야기의 풍미를 더한다.
I. 젤레즈노바
<바람의 제왕 코투라>을 소개한 이리나 젤레즈노바(Irina Lʹvovna Zheleznova)는 1924년에 태어났다.
그녀는 동유럽 여러나라와 러시아의 민담을 집대성해 아름답고 깔끔한 현대어로 번역해 소개했다. 그녀가 모은 작품들을 집대성한 저서는 1974년 <호박 바다 이야기(Tales of the Amber Sea)> 라는 제목으로 초판이 발행되었다. 오늘날까지 동유럽 민담의 고전으로 꼽힌다. 젤레즈노바는 또 구 소련 영토에 살던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 <보석의 산 (A Mountain of Gems - Fairy-Tales of the Peoples of the Soviet Land)>과 러시아 민담 모음집 <아름다운 바실리사(Vasilisa the Beautiful : Russian Fairy Tales)> 등을 펴냈다.
젤레즈노바가 엄선해 다시 쓴 민담들은 특유의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체에 힘입어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그녀가 소개한 작품들은 서구문학의 대표격인 영국과 게르만, 스칸디나비아 문학과 비슷하면서도 독특한 고유성을 지닌 동유럽 문화와 역사적 전통을 잘 살리고 있다.
이처럼 평생을 동유럽 및 러시아 민담 번역과 소개에 널리 공헌한 젤레즈노바는 1987년 6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