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더 프로스트(Father Frost)는 직역하면 서리의 아버지란 뜻이다. 그 기원은 슬라브 신화에 등장하며, 겨울의 상징 같은 존재다. 둥근 털모자를 쓰고, 발끝까지 닿는 길고 푹신한 파란색 코트 차림으로 긴 지팡이를 든 흰수염의 노인이다. 본래 신화에서는 춥고 사나운 존재였지만, 시대를 거치며 기독교 문화와 융합하여 착한 아이들에게는 선물을 주기도 하고, 못된 아이들에게는 벌을 주는 존재로 바뀌었다. 나중에 파더 프로스트는 산타 클로스로도 변용된다.
착한 의붓딸을 매일 종처럼 부리며 구박하고 때리는 못된 계모. 자신의 딸은 금지옥엽 아끼며 의붓딸은 급기야 서리가 내리는 추운 겨울 숲에 내버려 죽일 결심을 한다. 커다란 전나무 아래 눈더미에 버려진 채 혹독한 추위로 얼어죽을 위기에 처한 의붓딸 앞에 파더 프로스트가 나타난다. 내쉬는 숨결조차 주위를 다 얼어붙게 할 정도로 추운 파더 프로스트. 하지만 의붓딸의 착한 마음씨는 그런 파더 프로스트의 마음조차 따스하게 녹이는데...과연 의붓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파더 프로스트>는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있는 오랜 민담이다. 언어의 마술사라 할 젤레즈노바의 편역과 뛰어난 삽화가 포노마렌코의 칼라 삽화들이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파더 프로스트>를 편역 소개한 이리나 젤레즈노바(Irina Lʹvovna Zheleznova)는 1924년에 태어났다.
그녀는 동유럽 각국, 특히 우크라이나, 발트 3국와 러시아의 민담을 집대성해 아름답고 깔끔한 현대어로 번역해 소개했다. 그녀가 모은 작품들을 집대성한 저서는 1974년 <호박 바다 이야기(Tales of the Amber Sea)> 라는 제목으로 초판이 발행되었다. 오늘날까지 동유럽 민담의 고전으로 꼽힌다. 젤레즈노바는 또 구 소련 영토에 살던 사람들 사이에서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 <보석의 산 (A Mountain of Gems - Fairy-Tales of the Peoples of the Soviet Land)>과 러시아 민담 모음집 <아름다운 바실리사(Vasilisa the Beautiful : Russian Fairy Tales)> 등을 펴내기도 했다.
젤레즈노바가 엄선해 다시 쓴 민담들은 특유의 간결하고 아름다운 문체에 힘입어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그녀가 소개한 작품들은 서구문학의 대표격인 영국과 게르만, 스칸디나비아 문학과 비슷하면서도 독특한 고유성을 지닌 동유럽 문화와 역사적 전통을 잘 살리고 있다.
이처럼 평생을 동유럽 및 러시아 민담 번역과 소개에 널리 공헌한 젤레즈노바는 1987년 6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