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펑펑 쏟아지는 어느 겨울날 밤, 소년 뵤른은 혼자 벽난로 앞에 앉아 집을 지킨다. 그런데 문득 난로에서 꺼낸 부지깽이 끝에 번쩍번쩍하는 큰 황금 열쇠가 걸려 나온다. 게다가 갑자기 난로 안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린다. 이어 뵤른은 무적의 힘을 지닌 황금 열쇠를 되찾으려는 지하 세계의 존재들과 만나게 되는데...
<부지깽이에 걸린 열쇠>는 소년 뵤른이 우연히 손에 넣은 황금 열쇠로 인해 난쟁이와 거인, 지하 세계의 왕과 처음 보는 백 년 전의 낯선 소년 소녀 등과 만나며 겪는 신기한 모험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나가는 선택도 흥미롭다.
함께 수록된 <엄지 대장 올라>는 곤경에 처한 트롤의 왕을 돕는 재치 있는 인간 소년의 이야기다. 북유럽 민담에서 트롤은 흔히 인간을 위협하고, 잡아먹기까지 하는 무서운 존재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트롤은 곤경에 처해 쩔쩔매기도 하고, 인간 소년에게도 도움을 청하는 등 인간적이고 친근한 면모를 보여준다.
두 작품 모두 모두 노르웨이 20세기 문학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는 뛰어난 단편 소설 작가 닐스 요한 루드의 작품이다.
- 닐스 요한 루드
<부지깽이에 걸린 열쇠>와 <엄지 대장 올라>를 지은 닐스 요한 루드는 노르웨이 출신 작가 겸 편집자다. 20세기 노르웨이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뛰어난 문인으로, 1908년 7월 24일 노르웨이 링세이커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루드의 집안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다. 삼 형제의 장남인 루드는 책임감이 강했고, 학생 시절부터 주당 10크로네를 받고 생수 공장의 일손을 돕기도 하고, 정원사 보조, 생선 장사, 양치기, 세일즈 맨 등 온갖 잡일을 하며 가족의 생계를 도왔다.
19세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는 남은 가족 전부의 생계를 책임지게 되었는데, 1년 동안 열심히 일한 끝에 아버지가 빌린 농장 임대료를 전부 갚았다고 한다. 겨우 빚에서 해방되자 그는 정말로 원하는 것, 즉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루드는 이미 소년일 때부터 작은 숲의 공터에 앉아 글을 쓰곤 했었다. 일하는 틈틈이 짬이 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소설이나 동화, 시를 쓰고, 다음날은 그 이야기를 고치고, 다시 틈이 생기면 또 고쳐쓰기를 반복하며 고된 노동의 피로도 잊을 정도로 문학에 대한 열정이 강했다.
『숲속을 산책하는 아이들 (Gutter på skoggang)』 은 이렇게 쓴 글을 모은 그의 첫 동화책으로, 원고를 완성했을 때 그는 겨우 20살이었다. 그러나 노르웨이의 출판사들은 그의 원고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의 작품을 눈여겨보고 출판을 허락해 준 곳은 스웨덴의 출판사였다. 이렇게 세상에 빛을 본 루드의 첫 동화책은 스웨덴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이후 그는 거의 매년 소설을 펴냈다. 그는 특히 단편 소설과 동화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으며, 노르웨이 문학계에서도 점점 그의 위상이 커졌다.
어려운 생활에도 기가 죽거나 빗나가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 자립한 루드의 작품들은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건강한 철학을 바탕으로 꿈을 잃지 않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나가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그는 창작 활동을 하는 한편 38년간 잡지 편집자 일을 병행해 무려 10만여 건의 원고를 읽고 코멘트를 했다.
이러한 헌신 덕에 그는 1947년과 1974년, 두 차례나 가장 중요한 작가에게 수여하는 길단델 문학상을 받았다. 또 1961년에는 노르웨이 국가 기금을, 1979년에는 도블로그 문학상을 받았으며, 1987년에는 노르웨이 예술위원회 명예상을, 1988년에는 알프 프레이센 추모 기금을 받았다.
또한 루드는 1971년 노르웨이 왕립 세인트 울라프 훈장 1등급인 기사 작위를 수여 받았다.
이처럼 초년의 고생을 근면 성실함과 문학에 대한 열정과 노력으로 극복한 그는 마침내 20세기 노르웨이 문학의 중심에 오르는 뛰어난 작가로 자리매김했고, 그의 작품 다수는 노르웨이의 대표적 문학 작품으로 널리 사랑받게 되었다.
루드는 1993년 6월 7일 84세의 나이로 노르웨이 아스케르에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