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와 살쾡이>는 일본 최고 동화 작가로 꼽히는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다.
소년 이치로는 어느 날 곤란한 재판을 도와 달라는 살쾡이의 편지를 받는다. 신이 난 이치로는 살쾡이를 찾아 가을 산으로 떠난다. 나무와 버섯, 폭포에게 살쾡이가 사는 곳을 물어보며 찾아가던 이치로는 드디어 살쾡이의 마부라는 기이한 사내를 만나는데...이 작품은 자연에 대한 넘치는 애정과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유머러스한 일침을 통해 겐지 특유의 지혜와 가치관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늑대 숲, 소쿠리 숲, 도둑 숲> 역시 생명에 대한 존중과 겐지의 따뜻한 마음이 잘 드러난 이야기다. 사람이 살지 않던 땅을 개간해 점점 번창해 나가는 작은 부락민들과 근처 숲에 사는 존재들과의 신비한 교감이 서정적인 필체로 펼쳐진다. 특히 사라진 아이들을 찾기 위해 모두 합심해 애쓰는 과정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개머루와 무지개>는 세 편 중 가장 짧지만, 가장 순수하고 정겨운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비가 내린 후 잠시 나타나는 천국처럼 아름다운 무지개를 동경하는 오색 영롱한 개머루의 대화를 통해 이상적인 아름다움의 찰나적 존재와 덧없음을 돌아보게 한다.
미야자와 겐지(宮沢賢治)는 일본의 대표적인 아동문학가이자 시인, 교육자이자 농촌 계몽가다.
1896년 8월 27일 일본 이와테현 하나마키시에서 태어났다.
향토애가 짙은 서정적 필치의 작품을 다수 남겼으며, 에스페란토어를 구사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이상향을 고향 이와테의 에스페란토식 발음인 이하토브(ihatovo)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그는 평생을 가난과 영양실조에 시달리면서도 교육과 문학의 꿈을 놓지 않았다. 또한 생명의 근원인 땅과 농업을 사랑했다. 채식주의자이자 독실한 불교도였는데, <은하철도의 밤> 등 그의 일부 작품에서는 기독교적 색채가 엿보이기도 한다.
겐지는 생전에는 문학 작품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리하여 고향에서 농업학교 교사로 일하며 근근이 지내며 자신이 쓴 작품을 모아 자비로 출판하기도 했다. <봄과 아수라>라는 제목으로 1000여 권 출판된 그의 저서는 생전에는 100부밖에 팔리지 않았으나, 현재는 권당 100만엔 즉 한화로 1천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 희귀본으로 꼽힌다.
그는 짧은 생애 동안 다수의 동화와 400편이 넘는 시를 남겼다. <은하철도의 밤>, <바람의 마타사부로>, <주문이 많은 요리점>, <첼로 켜는 고슈>, <바라우미 여우학교>,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고양이 사무소>, <봄과 아수라> 등 특유의 서정적이고 투명한 문체와 생명과 자연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담긴 그의 대표작들은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그의 사후에 본격적인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겐지는 현재는 일본의 대표적 작가로 꼽힌다. 2000년 아사히 신문이 '지난 1천년간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작가는 누구인가?' 라는 투표에서 그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가와바타 야스나리, 다자이 오사무, 에도시대의 천재 하이쿠 시인 마츠오 바쇼, 미시마 유키오 등 쟁쟁한 문인을 제치고 4위에 랭크된 바 있다.
특히 그의 작품은 일본 및 세계의 서정 문학 및 환상 문학, SF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이 분야에서는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작가가 없다고 할 정도다. 일본의 저명한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역시 그의 영향을 받았음을 고백한 바 있다.
미야자와 겐지는 1933년 9월 21일, 만 37세의 젊은 나이로 고향인 하나마키 정에서 병으로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