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의 비밀>은 셜록 홈즈, 에르퀼 포와로와 함께 흔히 세계 3대 탐정의 하나로 꼽히는 브라운 신부의 단편 전집 중 4번째 작품인 『브라운 신부의 비밀』 에 수록된 단편이다.
영국 서식스 교구의 카톨릭 성직자이자, 아마추어 탐정인 브라운 신부는 작은 키에 볼품없는 체구, 둥근 얼굴에 안경을 쓴 너무도 평범해 보이는 외모다. 늘 들고 다니는 우산조차 수시로 떨어뜨릴 정도로 엉성해 보이는 일면까지 있다.
그러나 이 존재감 없어 보이는 신부는 사실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비상한 천재적 두뇌와 직관력을 지니고 있다. 인간의 내면 심리 상태에 대한 깊은 통찰력까지 지니고 사건 현장의 진실과 함께 범인의 심리까지 정확하게 체득해 범죄의 진상에 도달하는 독특하고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인 것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브라운 신부 특유의 추리 능력의 비밀을 엿볼 수 있는 <브라운 신부의 비밀>을 우선 소개하고 있다. 한때 유럽 최고의 대도둑이라 불리웠지만, 브라운 신부와 만난 후 개과천선해 범죄에서 손을 씻고, 스페인의 한 시골에 정착해 포도 농사를 지으며 사는 프랑스인 플랑보, 실용주의적인 성품의 미국인 사업가가 등장해 흥미진진한 대화를 통해 브라운 신부만의 특유한 비밀에 접근하는 이야기다.
<판사의 비밀>은 앞선 <브라운 신부의 비밀>에서 소개된 브라운 신부의 통찰력과 추리력이 현장에서 남다른 빛을 발하는 전형적인 사건 이야기다.
런던의 직업 경찰 백쇼와 그의 친구 언더힐은 미궁 같은 런던 교외의 밤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순찰과 대화를 하는 오랜 습관을 갖고 있다. 백쇼는 근방의 저택들 주인과 속사정까지 거의 꿰고 있을 정도로 성실한 경찰로, 아마추어 탐정들과 달리 경찰로서의 집단 규칙을 따랐을 때의 무수한 장점에 대해 깊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
어느날 밤, 둘은 순찰 중 나이 지긋한 판사 험프리 그윈 경의 저택 근처를 순찰 중, 두 발의 총성을 듣게 된다. 그윈 판사의 저택 정원에서 난 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린 둘은 재빨리 현장으로 진입하고, 뜻밖의 시신과 마주하게 된다. 그것은 기이한 조명을 켜놓은 연못에 머리를 파묻고 죽은 실로 괴기한 모습의 집주인, 그윈 경의 시신이다.
현장에서 만난 마이클 플러드라는 기자와 어느 아일랜드인, 하인은 미심쩍은 면모들에도 불구하고, 사건과 무관하다고 발뺌한다. 백쇼는 철저한 현장 조사와 심문을 강행하지만 벽에 부딪힌다. 그러나 이 저택에서 그는 또 하나의 의문의 인물과 조우한다. 바로 브라운 신부다.
브라운 신부는 판에 박힌 듯 규칙대로 접근하는 백쇼와 달리, 그윈 판사를 포함한 사건 관련자들의 내면을 깊이 통찰하는 방식으로 진상을 추구하는데...과연 존경받는 원로 판사였던 그윈 경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자는 누구일까?
<판사의 거울>은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기계적 추리만이 아니라 브라운 신부만의 독창적 직관력과 인간성에 대한 이해가 특히 돋보이는 단편 수작이다.
<추리소설을 쓰는 법>은 후대의 저명한 작가들과 저널리스트, 사상가들에게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 작가 길버트 체스터튼이 정리한 나름의 추리소설 집필 기준에 대한 소개다. 추리소설 쓰고자 하는 이들이 꼭 염두에 두어야 할 주의점들을 간결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내용이다. 관심 있는 독자와 저자들이 일독할 만한 내용이라 함께 수록했다.
- G. K. 체스터튼
길버트 키스 체스터튼(Gilbert Keith Chesterton, 1874년 5월 29일 ~ 1936년 6월 14일)은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 작가 중 하나다.
런던 켄싱턴에서 태어난 그는 세인트폴 스쿨을 거쳐 슬레이드 스쿨에서 미술을,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체스터튼은 전기(傳記), 종교 문학, 시(詩), 판타지, 탐정 소설, 철학적 담론 등 다양한 분야의 집필 활동을 했다. 특유의 재기발랄하고 독창적인 역설의 적절한 사용을 통해 '역설의 대가'라는 칭호를 얻었으며, 호탕한 성격과 육중한 체구의 소유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철학적, 종교적으로는 13세기 스콜라 철학의 거두인 저명한 토마스 아퀴나스에게, 문학적으로는 영국 문학 최고의 천재 중 하나로 꼽히는 찰스 디킨스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체스터튼의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한 저명인사로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판타지 문학의 거장으로 우뚝 선 J.R.R. 톨킨, 19세기 가장 중요한 시인 중 하나인 T.S. 엘리어트 등이 있다.
그는 또한 생전에 H. G. 웰스, 조지 버나드 쇼, 힐레어 벨럭, 막스 비어봄 등 다방면의 걸출한 인사들과 우정을 나누었다.
많은 독자가 체스터튼의 소설들에 대해 큰 찬사를 보냈다. 런던 교외에서 벌어진 내전을 다룬 로맨스 소설 <노팅힐 가의 나폴레옹>, 단편집 <별난 손님들이 모이는 술집>, 그리고 큰 인기를 모은 우화 소설 <목요일의 남자>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소설을 사회적 가치판단과 결부시키면서도 대중적으로 가장 성공한 사례로는 역시 로마 카톨릭 사제 겸 탐정인 브라운 신부를 등장시킨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1911년에 발표된 〈브라운 신부의 결백 The Innocence of Father Brown〉를 필두로 1914년 〈지혜 The Wisdom of Father Brown〉, 1926년 〈불신 The Incredulity of Father Brown〉, 1927년 〈비밀 The Secret of Father Brown〉, 그리고 1935년에 발표된 〈브라운 신부의 추문 The Scandal of Father Brown〉이 그것이다.
브라운 신부 시리즈는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 아가사 크리스티의 포와로 시리즈와 함께 대표적인 영국의 정통 탐정 삼인방으로 거론될 정도로 유명하며, 현재에도 드라마와 영화로 계속 제작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증거주의에 철저하여 과학적 추리의 효시라 할 홈즈를 롤모델로 한 다른 탐정들과 달리, 브라운 신부는 사제라는 직업적 특성에 철저하게 범죄자의 심리를 간파해 나가는 독특한 기법으로 사건의 진상에 도달한다. 또한 브라운 신부 시리즈는 범죄 트릭 자체보다 죄의 본질을 탐구한다는 점이 돋보여서, 인간 심리에 정통한 체스터튼의 진면모를 보여준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저작을 남기고, 당대 지성인들과 교류하며 19세기~20세기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한 체스터튼은 1936년 초여름 영국 버킹엄셔 비컨즈필드에서 숨을 거두었으며, 같은 해 그의 일대기를 기록한 〈자서전〉이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