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메와 도적 오르바산>은 독일의 저명한 작가 겸 시인 빌헬름 하우프가 펴낸 『1826년 동화 연감(Märchen-Almanach auf das Jahr 1826)』에 수록된 중편 소설이다.
아카라의 재판관 아들 무스타파는 어느 날 여동생 파트메의 생일 축하를 배를 빌려 바다로 나간다. 파트메와 무스타파의 연인 쵸라이데, 그리고 다른 파트메의 친구들과 무스타파가 탄 배는 멋진 바다 풍경을 보며 즐거운 뱃놀이를 한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해적선의 등장하며 이들의 행복은 산산조각이 난다.
두려움 속에 급히 육지로 돌아가려던 과정에서 배가 뒤집히고, 무스타파와 배에 탔던 소녀들은 겨우 구조되었지만 파트메와 무스타파는 사라진 것이다. 무스타파는 두 소녀가 바다에 빠져 숨진 게 아니라, 아수라장 속에 헤엄쳐온 해적에게 붙잡혔다는 것을 알게 된다. 파트메와 쵸라이데가 죽지 않은 것은 불행 중 다행이었지만, 해적들이 아름다운 두 소녀를 먼곳으로 데리고 가서 노예 시장에 팔아넘기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무스타파는 크게 좌절한다.
파트메를 유독 귀여워하던 늙은 아버지는 불같이 화를 내며 무스타파에게 저주를 내리고, 여동생을 찾아서 돌아올 때까지 그 저주를 풀지 않겠다면서 집에서 내쫓는다. 그렇지 않아도 귀여운 여동생과 사랑하는 연인을 잃어 상심하던 무스타파는 반드시 두 소녀를 되찾아오겠다고 결심하고 길을 떠난다.
하지만 아버지의 저주 때문인지, 무스타파는 여행길에서 만난 도적들에게 여비를 모두 빼앗기고, 급기야 깊은 계곡에 있는 도적 소굴로 끌려가게 된다. 소녀들을 구하기 전에 자신의 목숨마저 경각에 달린 무스타파는 도적 두목 오르바산과 마주친다. 오르바산은 무스타파를 그와 꼭 닮은 어느 총독으로 오인하여 처형하려 하는데...
과연 무스타파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파트메와 연인을 구하고, 자신의 목숨도 구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악명 높은 도적 두목 오르바산의 진면목은 무엇일까?
<파트메와 도적 오르바산>은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혈육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 고난과 지혜, 의리와 약속 준수의 중시에 대한 옛 중근동 지역 부족들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어 한층 흥미롭다.
함께 수록된 <잘린 손 이야기>도 하우프의 『1826년 동화연감』 에 수록된 중편 소설이다. 고대 그리스의 식민지였던 비잔티움의 땅에 로마 황제가 세운 콘스탄티노플 출신 의사 겸 상인 찰로이코스가 프랑스와 이탈리아, 콘스탄티노플 등 지중해 연안 국가들을 돌며 겪는 모험과 뜻밖의 재난, 그리고 그 재난을 이겨내고 고향으로 돌아올 때까지의 스릴 넘치는 이야기다.
<파트메와 도적 오르바산>에 등장한 오르바산은 이 이야기에서도 등장하는데, 실명을 감춘 신비로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오르바산의 진짜 이름과 정체, 비밀은 이 두 이야기를 포함해 총 일곱 편의 이야기가 실린 <카라반 이야기>에서 비로소 밝혀진다.
- 빌헬름 하우프(Wilhelm Hauff, 1802년 11월 29일 - 1827년 11월 18일)
<카라반 이야기>의 저자 빌헬름 하우프는 독일의 작가이자 시인이다. 1802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태어났다. 그는 네 자녀 중 둘째였는데, 외교가에서 일하던 부친은 하우프가 7살 때 세상을 떠났다. 어린 하우프는 할아버지의 보호를 받게 되었다.
책을 좋아하던 하우프는 근처 도서관을 다니며 스스로 공부하여 1820년 튀빙겐 대학교에 입학했다. 대학에서 그는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으며, 훗날 철학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대학 졸업 후 그는 비템베르그의 국방장관 에른스트 유겐 폰 휴겔 장군의 자녀들을 가르치는 가정교사가 되었다. 그는 2년간 아이들을 가르치는 한편, 틈틈이 동화를 썼다. 지금도 널리 읽히는 <카라반 이야기>를 포함, <알렉산드리아의 족장과 그의 노에들>, <슈페사르트의 여관>, 그리고 역사소설 <리히텐슈타인> 등이 당시에 그가 쓴 창작품이다.
또한 그는 <교양계층의 자녀들을 위한 동화연감>을 집필하기도 했으며, 독일 북부, 네덜란드, 프랑스 등지를 여행하며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브레멘의 포도주 유령>이라는 중편 소설을 포함해 다양한 중단편 소설을 남겼다.
하우프의 동화는 출간 즉시 독일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이 책에 실린 <황새가 된 칼리프>, <코장이 꼬마>를 포함한 하우프의 동화들은 지금도 각국에서 영화 및 연극,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1827년 하우프는 가정교사를 그만두고 <교양계층을 위한 조간신문>의 편집자가 되었다. 다음 달에는 오랜 기간 사귄 사촌 루이제와 결혼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딸이 태어난 바로 다음 날 하우프는 장티푸스로 숨을 거두었다.
이처럼 하우프는 불과 25세의 짧은 삶을 살다가 떠났지만, 그의 작품은 지금도 남아서 널리 사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