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열두 공주>는 동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림 형제가 수집한 독일 민담이다. 그림 형제는 이 이야기를 1857년에 발표한 『어린이와 가정을 위한 이야기』 (원제 Kinder-und Hausmärchen) 초판 2권에 수록하였다.
어느 왕국에 아름다운 열두 명의 공주가 있었다. 그런데 매일 아침 이 공주들의 신발은 어딘가에서 밤새 춤을 추고 난 것처럼 헤어져 있었다. 왕은 공주들이 아무 데도 가지 못하도록 밤마다 침실 문을 밖에서 잠그지만 소용없다. 공주들에게 어디서, 어떻게 춤을 추고 오는지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다.
마침내 왕은 사흘 밤 사흘 낮 안에 이 비밀을 밝히는 사람에게 자신의 왕국과 마음에 드는 공주 누구든 결혼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공고를 낸다. 단, 사흘 안에 밝혀내지 못하는 도전자는 처형을 당해야 했다. 왕국과 공주를 얻기 위해 여러 나라의 왕자들이 도전하지만, 모두 비밀을 밝히지 못해 목숨을 잃는다.
그러던 어느 날, 전쟁터에서 부상을 당해 더 싸울 수 없게 된 나이 든 군인이 이 왕국을 지나가게 된다. 군인은 숲에서 한 노파를 만나게 되고, 공주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과연 많은 왕자들이 실패한 비밀을 가진 것도, 잃을 것도 없는 이 군인은 밝힐 수 있을까?
동화 <춤추는 열두 공주>는 지하 세계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숲과 호수, 멋진 배와 근사한 성의 무도회, 그리고 군인이 숲의 노파에게서 얻은 신기한 투명 망토 등 흥미진진한 요소로 가득한 환상적인 모험 이야기다.
함께 실린 <열두 명의 사냥꾼>도 그림 형제가 채록한 독일 민담이다.
어느 어여쁜 공주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약속한 젊은 왕자가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지극히 사랑해 매일매일 행복하게 지낸다. 하지만 왕자의 아버지가 위중하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왕자는 공주에게 애정을 약속하는 반지를 주고 서둘러 자신의 나라로 귀국한다.
임종이 임박한 왕은 왕자를 보자 자신이 정한 어느 나라의 공주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하라고 유언을 남긴다. 아버지가 곧 돌아가신다는 생각에 큰 슬픔에 빠진 왕자는 앞뒤 생각 없이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왕은 곧 숨을 거둔다. 장례식을 치른 후 왕자는 새 왕으로 취임하고, 선왕이 유언으로 정한 공주와 결혼식을 올리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한편 이 소식을 들은 왕자의 첫사랑인 공주는 충격으로 병이 난다. 눈물로 나날을 보내던 공주를 살리기 위해 아버지는 무엇이든 공주가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고 한다. 이에 공주는 그리운 왕자를 다시 만나기 위해 남자 사냥꾼으로 꾸미고, 또 자신과 똑같이 생긴 열한 명의 아가씨를 뽑아 꼭 닮은 사냥꾼으로 변장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는데...
<열두 명의 사냥꾼>은 아버지가 정한 정혼자와 결혼하기 위해 첫사랑을 잊고 지내던 왕, 무엇이든 꿰뚫어 보는 신기한 힘을 가진 말하는 사자, 진정한 사랑을 되찾기 위한 공주의 노력이 어우러지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다.
<진정한 신부> 혹은 <버림받은 약혼자>, <신부의 모험> 이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다.
- 그림 형제
이 책에 실린 <춤추는 열두 공주>와 <열두 명의 사냥꾼>의 편저자는 독일의 유명한 그림 형제다. 형 제이콥 그림은 1785년 1월 4일에, 동생 빌헬름 그림은 1786년 2월 24일에 태어났다. 이들의 아버지는 변호사를 거쳐 관료가 되었으나, 형제가 채 철이 들기도 전인 1791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제이콥과 빌헬름은 어려서부터 한 방에서 생활하며, 서로를 의지하며 성장했고 남다른 형제애를 평생 유지했다. 형제는 같은 학교에 진학했으며, 취향이나 전공도 같은 분야를 택했다. 대학에서는 법률을 선택했지만, 둘 다 오히려 문학을 좋아하여 졸업한 후에는 이 분야의 학자가 되었다.
형제는 어머니가 사는 카셀 시의 도서관에 근무하며 공부를 계속했다. 형 제이콥은 한 때 외교관이 되어 프랑스 파리와 오스트리아 비인 등에 파견된 적이 있었으나, 1830년 다시 독일 괴팅겐으로 돌아와 동생과 함께 도서관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이후 형제는 죽을 때까지 한 직장, 한 집 그리고 같은 학문 연구에 종사했다.
형제는 모두 학문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보여 한 때 괴팅겐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그러나 1837년 헌법에 위반하는 조치를 취한 왕을 비판하다가, 다른 7명의 교수와 함께 대학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이후 다시 카셀 시로 돌아온 형제는 훗날 학자로 가장 영예 중 하나라는 학사원 회원으로 임명되어 베를린에서 살았다.
한편 일찍부터 문학을 좋아했던 형제는 독일 각지에 전해 내려오는 옛 이야기들, 즉 민담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이들은 이것이 게르만 민족의 귀중한 유산이라 여기고, 이를 보존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13년에 걸쳐 독일 각지에서 민담을 채록한 끝에 1812년 <어린이와 가정의 이야기, 그림 형제(Kinder- und Hausmärchen, Grimms Elfenmärchen)>라는 제목으로 펴냈다. 여러 민담은 보다 읽기 쉽도록 주로 동생 빌헬름이 아름다운 문장으로 정리했다고 한다. 이 저서에는 총 85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이로부터 3년 후 70편의 민담을 수록한 제2권을 펴냈다.
형제가 민담을 가장 많이 채록한 곳은 그들이 태어난 헤센 주였다. 헤센 주는 산들에 둘러싸인 시골이라 옛 이야기가 그대로 전해 내려왔기 때문이다. 특히 2권에 수록된 민담 대부분은 카셀 시 근처의 어느 마을 농사꾼 할머니가 이야기해준 것으로, 이 할머니는 기억력이 비상하고 옛 이야기를 좋아하여 몇 번이나 되풀이하여 틀리지 않도록 들려주었다고 한다. 총 250여 편의 민담을 수록했으나, 그 중 기원이 외국인 것들을 제외하고 형제는 최종적으로 201편을 선정했다.
이들이 모은 민담은 아주 재미있고 훌륭한 것이며, 온 세계 어린이들의 보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그때까지 이야기 시장 혹은 독서 인구의 주대상이 아니던 어린이들을 위해 획기적인 기념비가 되었다.
형 제이콥은 1863년 9월 20일에, 동생 빌헬름은 형보다 4년 일찍 1859년 12월 16일에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