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방앗간 주인이 어느날 왕 앞에서 자신의 딸이 지푸라기로 황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허풍을 친다. 욕심 많은 왕은 그 딸이 실제로 그런 능력을 가졌는지확인하겠다며 성으로 데리고 간다. 그러나 방앗간 주인의 딸은 황금을 만들어내기는 커녕, 제대로 실을 잣는 법도 모른다. 왕이 시킨 일을 해내지 못하면 처형 당할 위기에 처한 소녀는 앞이 캄캄해진다. 절망에 빠진 소녀 앞에 신기한 존재가 나타나는데...함께 수록된 풍부한 칼라 삽화는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준다.
<럼펠스틸스킨> 은 동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독일의 그림 형제가 채록해 발표한 민담집에 수록되어 있다. 200편이 넘는 그림 민담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이야기의 하나로, 그 기원은 무려 4000년 전으로 올라간다는 연구도 있다. 럼펠스틸스킨(Rumpelstilzchen)은 독일어로 '달가닥거리는 작은 죽마(竹馬)'라는 뜻으로, 기둥과 판자를 두들겨 소리를 내는 장난꾸러기 작은 고블린을 뜻한다.
이 책에 함께 실린 <아들 삼 형제>와 <두 명의 여행자> 역시 그림 형제가 채록한 민담집에서 엄선한 것이다. 고대로부터 전해오는 민담들을 통해 난관에 대처하는 지혜와 긍정적 삶의 자세, 형제애 등 유럽 문화의 큰 축을 담당한 게르만인의 전통적인 권선징악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 그림 형제
이 동화의 편저자 형 제이콥 그림은 1785년 1월 4일에, 동생 빌헬름 그림은 1786년 2월 24일에 태어났다. 이들의 아버지는 변호사를 거쳐 관료가 되었으나, 형제가 채 철이 들기도 전인 1791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제이콥과 빌헬름은 어려서부터 한 방에서 생활하며, 서로를 의지하며 성장했고 남다른 형제애를 평생 유지했다. 형제는 같은 학교에 진학했으며, 취향이나 전공도 같은 분야를 택했다. 대학에서는 법률을 선택했지만, 둘 다 오히려 문학을 좋아하여 졸업한 후에는 이 분야의 학자가 되었다.
형제는 어머니가 사는 카셀 시의 도서관에 근무하며 공부를 계속했다. 형 제이콥은 한 때 외교관이 되어 프랑스 파리와 오스트리아 비인 등에 파견된 적이 있었으나, 1830년 다시 독일 괴팅겐으로 돌아와 동생과 함께 도서관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이후 형제는 죽을 때까지 한 직장, 한 집 그리고 같은 학문 연구에 종사했다.
형제는 모두 학문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보여 한 때 괴팅겐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그러나 1837년 헌법에 위반하는 조치를 취한 왕을 비판하다가, 다른 7명의 교수와 함께 대학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이후 다시 카셀 시로 돌아온 형제는 훗날 학자로 가장 영예 중 하나라는 학사원 회원으로 임명되어 베를린에서 살았다.
한편 일찍부터 문학을 좋아했던 형제는 독일 각지에 전해 내려오는 옛 이야기들, 즉 민담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이들은 이것이 게르만 민족의 귀중한 유산이라 여기고, 이를 보존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13년에 걸쳐 독일 각지에서 민담을 채록한 끝에 1812년 <어린이와 가정의 이야기, 그림 형제(Kinder- und Hausmärchen, Grimms Elfenmärchen)>라는 제목으로 펴냈다. 여러 민담은 보다 읽기 쉽도록 주로 동생 빌헬름이 아름다운 문장으로 정리했다고 한다. 이 저서에는 총 85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이로부터 3년 후 70편의 민담을 수록한 제2권을 펴냈다.
형제가 민담을 가장 많이 채록한 곳은 그들이 태어난 헤센 주였다. 헤센 주는 산들에 둘러싸인 시골이라 옛 이야기가 그대로 전해 내려왔기 때문이다. 특히 2권에 수록된 민담 대부분은 카셀 시 근처의 어느 마을 농사꾼 할머니가 이야기해준 것으로, 이 할머니는 기억력이 비상하고 옛 이야기를 좋아하여 몇 번이나 되풀이하여 틀리지 않도록 들려주었다고 한다. 총 250여 편의 민담을 수록했으나, 그 중 기원이 외국인 것들을 제외하고 형제는 최종적으로 201편을 선정했다.
이들이 모은 민담은 아주 재미있고 훌륭한 것이며, 온 세계 어린이들의 보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그때까지 이야기 시장 혹은 독서 인구의 주대상이 아니던 어린이들을 위해 획기적인 기념비가 되었다.
형 제이콥은 1863년 9월 20일에, 동생 빌헬름은 형보다 4년 일찍 1859년 12월 16일에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