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새>는 독일의 저명한 그림 형제가 채록한 게르만 민담들을 모은 <그림 동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느 왕국의 황금 사과 나무에 나타난 황금빛 깃털의 아름다운 새를 찾아 나서는 세 왕자의 모험을 그리고 있다. 탐욕스럽고 이기적인 형들과 달리 세째 왕자는 선량하고 충실한 성품이다. 세째 왕자는 곤경에 처한 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세째 왕자의 그런 착한 마음씨는 나중에 복이 되어 돌아와 위기에서 왕자를 구하고, 아름다운 보물과 공주까지 얻을 수 있는 행운으로 이끈다.
<거위를 기르는 할머니>는 깊은 산속에 사는 할머니를 도와준 한 젊은이의 이야기다. 어느 무더운 날, 한 귀족 젊은이가 우연히 몹시 등이 휜 늙은 할머니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가는 것을 보게 된다. 할머니를 안타깝게 여긴 젊은이는 자신이 대신 짐을 짊어지겠다고 제안한다. 그런데 할머니는 짐뿐만 아니라, 자기도 젊은이의 등에 타고 집으로 가자고 한다. 어찌나 무겁던지 젊은이는 도중에 몇 번이나 포기할까 했지만, 끝내 참고 집까지 할머니와 짐을 무사히 실어다준다. 할머니 집에는 보기만 해도 고개를 돌릴 정도로 뚱뚱하고 못생긴 딸이 거위를 치고 있었다. 할머니는 젊은이의 수고에 대한 보상으로 그 딸을 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다. 젊은이가 당황하자 할머니는 웃으면서 사례로 작은 보석 상자를 준다. 돌아오는 길에 길을 잃은 젊은이는 어느 낯선 왕국으로 가게 된다. 그 나라의 왕과 왕비는 젊은이가 갖고 있는 상자를 열어본 순간 기겁을 하는데...이 이야기는 낯선 할머니에게 순수한 친절을 베푼 젊은이가 어떤 모험을 거쳐 낯선 왕국의 잃어버린 아름다운 공주를 구하게 되기까지의 흥미진진한 모험을 그리고 있다.
<슬기로운 소녀>의 주인공은 앞의 두 이야기와 달리 땅 한 뙈기 없이 가난한 농부의 딸이 주인공이다. 한없이 가난하지만, 남다르게 슬기롭게 침착한 딸이 어떻게 까다롭고 성질 급한 그 나라 국왕의 마음을 얻어 왕비가 되는지, 그리고 왕의 노여움을 사서 다시 가난한 옛집으로 쫓겨나지만 끝내 그 슬기로움으로 어떻게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왕의 사랑을 되찾는지를 그린 흥미로운 이야기다.
이 동화들은 선량한 마음씨와 진실한 행동으로 인내하면 결국 인생에서 승리한다는 진리를 일깨운다. 지혜와 아량, 친절이라는 미덕의 가치를 소중히 여긴 게르만 민족의 우수한 정신을 배울 수 있는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들이다.
- 그림 형제
이 책에 실린 동화들의 편저자 형 제이콥 그림은 1785년 1월 4일에, 동생 빌헬름 그림은 1786년 2월 24일에 태어났다. 이들의 아버지는 변호사를 거쳐 관료가 되었으나, 형제가 채 철이 들기도 전인 1791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제이콥과 빌헬름은 어려서부터 한 방에서 생활하며, 서로를 의지하며 성장했고 남다른 형제애를 평생 유지했다. 형제는 같은 학교에 진학했으며, 취향이나 전공도 같은 분야를 택했다. 대학에서는 법률을 선택했지만, 둘 다 오히려 문학을 좋아하여 졸업한 후에는 이 분야의 학자가 되었다.
형제는 어머니가 사는 카셀 시의 도서관에 근무하며 공부를 계속했다. 형 제이콥은 한 때 외교관이 되어 프랑스 파리와 오스트리아 비인 등에 파견된 적이 있었으나, 1830년 다시 독일 괴팅겐으로 돌아와 동생과 함께 도서관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이후 형제는 죽을 때까지 한 직장, 한 집 그리고 같은 학문 연구에 종사했다.
형제는 모두 학문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보여 한 때 괴팅겐 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그러나 1837년 헌법에 위반하는 조치를 취한 왕을 비판하다가, 다른 7명의 교수와 함께 대학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이후 다시 카셀 시로 돌아온 형제는 훗날 학자로 가장 영예 중 하나라는 학사원 회원으로 임명되어 베를린에서 살았다.
한편 일찍부터 문학을 좋아했던 형제는 독일 각지에 전해 내려오는 옛 이야기들, 즉 민담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이들은 이것이 게르만 민족의 귀중한 유산이라 여기고, 이를 보존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13년에 걸쳐 독일 각지에서 민담을 채록한 끝에 1812년 <어린이와 가정의 이야기, 그림 형제(Kinder- und Hausmärchen, Grimms Elfenmärchen)>라는 제목으로 펴냈다. 여러 민담은 보다 읽기 쉽도록 주로 동생 빌헬름이 아름다운 문장으로 정리했다고 한다. 이 저서에는 총 85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이로부터 3년 후 70편의 민담을 수록한 제2권을 펴냈다.
형제가 민담을 가장 많이 채록한 곳은 그들이 태어난 헤센 주였다. 헤센 주는 산들에 둘러싸인 시골이라 옛 이야기가 그대로 전해 내려왔기 때문이다. 특히 2권에 수록된 민담 대부분은 카셀 시 근처의 어느 마을 농사꾼 할머니가 이야기해준 것으로, 이 할머니는 기억력이 비상하고 옛 이야기를 좋아하여 몇 번이나 되풀이하여 틀리지 않도록 들려주었다고 한다. 총 250여 편의 민담을 수록했으나, 그 중 기원이 외국인 것들을 제외하고 형제는 최종적으로 201편을 선정했다.
이들이 모은 민담은 아주 재미있고 훌륭한 것이며, 온 세계 어린이들의 보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그때까지 이야기 시장 혹은 독서 인구의 주대상이 아니던 어린이들을 위해 획기적인 기념비가 되었다.
형 제이콥은 1863년 9월 20일에, 동생 빌헬름은 형보다 4년 일찍 1859년 12월 16일에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