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물감 제조업자>는 영국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이 쓴 56편의 셜록 홈즈 단편 중 하나다. 1926년 12월 미국 리버티(Liberty)에서, 1927년 1월 영국 스트랜드 매거진(The Strand Magazine)에서 처음 출판되었다. 1927년 6월 영국과 미국에서 출판된 12편의 단편을 수록한 <셜록 홈즈의 사건부>에 수록되었다.
어느 날 베이커 거리 홈즈의 하숙으로 조시아 앰벌리라는 초로의 사나이가 찾아온다. 그는 자신이 물감 제조업을 통해 부를 이룩한 후 은퇴하여 안락한 노후를 보내고 있었다고 한다. 여유 있는 은퇴 생활의 낙은 오래 즐겨온 체스 게임뿐이다. 그런데 그와 체스를 두기 위해 그의 저택을 드나들던 젊은 의사 어니스트가 젊고 아름다운 자신의 부인과 어느 틈에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둘은 함께 그의 금고에서 그가 평생 일해 모은 거액의 현금과 유가증권을 훔쳐서 달아났다는 것이다.
앰벌리 노인은 홈즈에게 꼭 배은망덕한 두 남녀와 재산을 찾아달라며, 루이샴에 있는 자신의 저택을 직접 방문해 조사해 달라고 한다. 의뢰인 입장에서야 절박하지만, 사건 자체는 흔한 단순 치정 문제로 치정 문제로 여긴 홈즈는 다른 바쁜 일정도 있어서 자기 대신 조수이자 친구인 왓슨 박사를 보내기로 한다.
이에 따라 왓슨은 루이샴의 앰벌리 저택을 찾아가 현장 조사를 마치고 베이커 거리로 돌아온다. 왓슨은 자신이 방문했을 때 앰벌리 노인이 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집안을 온통 파란 페인트로 칠하고 있었다고 한다. 또 도난당한 현금과 유가증권이 있던 ‘강철 방’ 이라는 이름의 밀폐된 금고실도 직접 확인했으며, 노인이 평소 부인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증거로 부인이 도망친 날 극장 고급 좌석 티켓도 끊어주었다고 한다. 부인은 출발 직전 두통이 있다며 극장행을 거부해서, 결국 노인 혼자 보고 오는 바람에 비싼 티켓 한 장까지 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왓슨은 루이샴에서, 또 돌아오는 길에 기차역 부근에서 어떤 거무스름한 얼굴의 사나이가 거듭 자신을 미행했다고 한다. 홈즈는 그 사나이가 프리메이슨 뱃지를 달고 색안경을 착용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왓슨의 보고에 홈즈는 어제와 달리 깊은 관심을 보이며 직접 뛰어들기로 한다. 그리고 흔한 치정 사건으로 보였던 이 의뢰는 영국을 뒤흔든 끔찍한 비극과 악마적 의도가 숨어 있었다는 놀라운 반전의 실체를 드러내게 되는데...
<은퇴한 물감 제조업자>에는 독보적 추리력을 자랑하는 홈즈 스스로 ‘라이벌’이라 칭하는 또 다른 탐정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또한 홈즈에 대한 경계와 불신의 시각을 드러내지만 끝내는 그의 독보적 추리와 수사에 탄복을 금하지 못하는 경찰, 추론 능력까지는 미치지 못해도 없어서는 안 될 홈즈의 벗이자 조수로 꼭 필요한 역할을 하는 왓슨의 활약, 뒤바뀐 가해자와 피해자의 반전 등 흥미로운 요소가 가득하다. 정의를 사랑하는 홈즈 팬들의 일독을 권한다.
- 아서 코난 도일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명탐정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 코난 도일의 본명은 아서 이그나티우스 코난 도일(Arthur Ignatius Conan Doyle)이다. 1859년 5월 22일 영국 에든버러에서 태어났다. 그는 에든버러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안과의사로 개업했다.
홈즈를 쓰게 된 배경은 병원 운영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부업으로 시작한 것이라 한다. 홈즈 소설은 처음에는 번번이 출판사로부터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당시 출간 준비 중이던 영국 잡지 <스트랜드 매거진>의 편집장이 도일의 원고에 매력을 느껴 홈즈 시리즈 단편들을 연재하기로 계약했다고 한다. 홈즈의 모험은 곧 폭발적 인기를 끌었고, 상당한 원고료 수입이 들어오게 되며 도일은 본업인 개업의 활동을 중단하고 전업 작가가 되었다.
홈즈 시리즈 외에도 다양한 군사소설과 심령소설을 집필하며 왕성한 작가 활동을 했으나, 가장 성공한 작품은 누가 뭐래도 홈즈 시리즈다. 도일경은 1930년 7월 7일 영국 크라우버러에서 숨을 거두었지만, 21세기에 이른 지금도 홈즈 시리즈는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과 연극, 뮤지컬 등 장르를 불문하고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