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홈즈의 하숙집 여주인 허드슨 부인이 워렌이란 한 노부인을 데리고 온다. 워렌 부인도 하숙집을 경영하는데, 최근 들어온 하숙인이 의심스럽다며 홈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워렌 부인 말로는 첫날 이후 하숙방에 틀어박혀 온종일 얼굴도 비추지 않고, 말도 하지 않고 오직 짧은 메모를 쟁반 위에 적어서 내놓는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한다고 한다. 그나마 메모의 글자도 정자체에, 무조건 단수로 쓰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점 투성이라며 뭔가 나쁜 짓을 저지르고 숨어 지내는 자가 아닌지 불안하다는 것이다. 홈즈는 처음에는 시큰둥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부인이 가져온 하숙인의 메모와 다른 몇 가지 점에서 흥미를 느긴 홈즈는 결국 워렌 부인을 도와주기로 한다.
왓슨과 함께 현장을 들른 홈즈는 본래 하숙방을 계약한 사나이와 현재 하숙인이 다른 인물이란 사실을 알아낸다. 홈즈는 하숙집 주인도 모르게 하숙인인 뒤바뀐 이유와, 거울에 비친 비밀의 하숙인 표정에 드러난 극심한 공포의 이유를 파헤치기로 한다. 한편, 워렌 부인의 남편이 안개 낀 이른 아침 집을 나서다 느닷없이 두 사나이에게 납치되어 몰매를 맞고 이리저리 끌려다니다 버려지는 사고가 터진다. 워렌 부인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당장 뒤바뀐 하숙인을 내보내겠다고 한다.
홈즈는 흥분한 워렌 부인을 진정시키며 본격적으로 사건에 개입한다. 홈즈와 왓슨은 그날 밤 문제의 하숙인이 창문에서 보이는 건물에 있는 누군가와 촛불 신호를 주고 받는 것을 목격한다. 한순간 상대방의 신호가 끊기자 무언가 위험한 사태가 발생했음을 직감한 홈즈는 문제의 장소로 달려가는데, 현장에서 그레그슨 경감, 그리고 유명한 미국의 핀커튼 탐정사무소 소속 레버튼 탐정과 마주친다. 이들이 함께 들이닥친 건물 안에는 핏자국과 함께 거대한 붉은 원이 그려져 있고, 그 원 위에 한 사나이가 이미 시신이 되어 쓰러져 있었다. 레버튼 탐정은 시체가 이탈리아 최고 범죄 조직 마피아 간부인 조르지아노라며 크게 놀라는데...
<붉은 원>은 1911년 3월 <스트랜드 매거진>에 처음 소개되었다. 일견 극히 사소한 몇 가지 의심으로 시작해 수수께끼의 촛불 암호 시그널과 섬뜩한 붉은 원, 끔찍한 시신과 마주치며 점점 커지는 스릴과 서스펜스, 대륙을 넘나드는 호쾌한 사건 배경 스케일, 거대 범죄조직 마피아와 쫓고 쫓기는 피해자들, 정의로운 탐정들이 총출동하는 박진감 넘치는 작품으로, 단편으로 담아내기 아까운 빼어난 작품으로 홈즈 팬들의 필독서다.
코난 도일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명탐정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 코난 도일의 본명은 아서 이그나티우스 코난 도일(Arthur Ignatius Conan Doyle)이다. 1859년 5월 22일 영국 에든버러에서 태어났다. 그는 에든버러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안과의사로 개업했다.
홈즈를 쓰게 된 배경은 병원 운영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부업으로 시작한 것이라 한다. 홈즈 소설은 처음에는 번번이 출판사로부터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당시 출간 준비 중이던 영국 잡지 <스트랜드 매거진>의 편집장이 도일의 원고에 매력을 느껴 홈즈 시리즈 단편들을 연재하기로 계약했다고 한다. 홈즈의 모험은 곧 폭발적 인기를 끌었고, 상당한 원고료 수입이 들어오게 되며 도일은 본업인 개업의 활동을 중단하고 전업 작가가 되었다.
홈즈 시리즈 외에도 다양한 군사소설과 심령소설을 집필하며 왕성한 작가 활동을 했으나, 가장 성공한 작품은 누가 뭐래도 홈즈 시리즈다. 도일경은 1930년 7월 7일 영국 크라우버러에서 숨을 거두었지만, 21세기에 이른 지금도 홈즈 시리즈는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과 연극, 뮤지컬 등 장르를 불문하고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