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수잔 쿠싱이라는 한 노처녀에게 소포 상자가 배달된다. 놀랍게도 안에는 인간의 귀 두 개가 들어 있었다. 수잔 쿠싱은 딱히 남에게 원한을 산 적도 없고, 거의 인간 교류 없이 조용히 독신 생활을 하는 여성이다. 그녀는 어째서 그런 끔찍한 소포를 받아야 하는지 자신은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강조한다. 경시청의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정황 조사 결과, 수잔의 하숙집에서 쫓겨나 앙심을 품은 의대생이 저지른 못된 장난이라고 결론내린다. 하지만 홈즈는 여러 단서를 검토한 결과, 치정에 얽힌 살인사건일 가능성에 주목한다. 홈즈의 개입으로 수잔 쿠싱의 두 여동생인 사라와 메리, 그리고 메리의 남편 짐 브라우너와 그녀의 또 다른 남자 사이에 얽힌 복잡한 사연이 드러나는데...
<소포 상자>는 1893년 1월에 연재된 단편으로, 홈즈가 등장하는 상당히 초기작 중 하나다. 원래는 <셜록 홈즈의 회상록>에 포함된 작품이지만, 미국판에서는 <셜록 홈즈의 마지막 인사>에 포함되어 발표되었다.
이 단편의 도입부에서 홈즈가 왓슨이 생각하는 바를 그대로 알아맞춰 그를 크게 놀라게 한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탐정과 조수이자 우정의 대명사인 홈즈와 왓슨 관계를 특히 흥미롭게 하는 요소 중 하나로, 함께 하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홈즈는 이미 동거인의 성격과 관심사, 심리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또한 홈즈와 다른 범인상을 쫓던 레스트레이드 경감이 사건 후반에 이르러 진범의 진술서를 보내며 동봉한 편지에서 홈즈의 추리를 '우리의 계획'이란 식으로 어물쩍 물타기 하는 면모를 보여 웃음을 자아낸다.
코난 도일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명탐정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 코난 도일의 본명은 아서 이그나티우스 코난 도일(Arthur Ignatius Conan Doyle)이다. 1859년 5월 22일 영국 에든버러에서 태어났다. 그는 에든버러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안과의사로 개업했다.
홈즈를 쓰게 된 배경은 병원 운영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부업으로 시작한 것이라 한다. 홈즈 소설은 처음에는 번번이 출판사로부터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당시 출간 준비 중이던 영국 잡지 <스트랜드 매거진>의 편집장이 도일의 원고에 매력을 느껴 홈즈 시리즈 단편들을 연재하기로 계약했다고 한다. 홈즈의 모험은 곧 폭발적 인기를 끌었고, 상당한 원고료 수입이 들어오게 되며 도일은 본업인 개업의 활동을 중단하고 전업 작가가 되었다.
홈즈 시리즈 외에도 다양한 군사소설과 심령소설을 집필하며 왕성한 작가 활동을 했으나, 가장 성공한 작품은 누가 뭐래도 홈즈 시리즈다. 도일경은 1930년 7월 7일 영국 크라우버러에서 숨을 거두었지만, 21세기에 이른 지금도 홈즈 시리즈는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과 연극, 뮤지컬 등 장르를 불문하고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