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즈의 마지막 사건>은 1893년 12월 영국 스트랜드 매거진(The Strand Magazine)에 처음 소개되었다. 1891년을 배경으로 홈즈의 영원한 숙적이자 범죄계의 황제라 불리는 모리어티 교수와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주홍색의 연구>로 처음 등장한 이래 폭발적 인기를 자랑하던 명탐정 셜록 홈즈의 죽음을 다루어 영국은 물론 미국 독자들까지 엄청난 충격을 받은 작품이다.
BBC는 2019년 11월 19일 방영한 [셜록 홈즈가 세상을 바꾼 방법](How Sherlock Holmes Changed the World)라는 특집 프로그램에서 당시 독자들은 거의 패닉에 빠졌으며, "(셜록 홈즈의) 죽음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이전의 가상 사건에서 본 것과는 전혀 달랐다."라고 언급했다. 스트랜드 매거진은 구독 취소가 급증해 회사 자체가 폐간될 위기로 몰리며 "간신히 살아남았다"고 할 정도였으며, 심지어 "런던 전역에서 젊은이들은 홈즈의 죽음이 발표된 달 내내 모자나 팔에 이를 애도하는 검은색 천을 둘렀다."는 증언까지 나왔을 정도다. 그때까지 독자들은 통상 자신이 좋아하는 책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입장이었는데, 홈즈의 죽음은 대중 문화 자체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독자들은 이제 대중문화를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이 특정한 기대에 부합해야 한다고 기대하기 시작했다."는 새로운 대중 문화 현상을 지적하고 있다.
"절대로 홈즈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독자들의 항의 편지와 질문이 쉬지 않고 빗발쳐 잡지사도, 코난 도일도 매우 난처했다고 한다. 수년 간 홈즈 소설 집필의 압박감에 시달리다 겨우 한숨을 돌렸던 도일은 어머니에게 과도한 독자의 반응으로 인해 난처하다고 호소했다고 한다. 그런데 고개를 끄덕이며 아들의 절절한 하소연을 다 들어준 어머니의 반응은 "그래, 알겠다. 그런데 홈즈는 왜 죽였느냐?" 였다고 한다. 그 정도로 당시 홈즈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던 것이다.
이같은 팬들의 압력과 애정은 도일이 홈즈를 다시 데려오도록 유도했다. 결국 그는 <홈즈의 마지막 사건> 이전에 발생했다는 설정으로 <바스커어빌가의 사냥개>란 장편 소설을 내놓게 된다. 이 <바스커어빌 가의 사냥개>는 수많은 홈즈의 모험 중에서도 가장 흥미진진하고 으스스한 걸작 중 하나로, 영화로도 수없이 리메이크 되며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독자들은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고, 홈즈의 보다 확실한 부활을 주문하는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어느 정도 휴식을 통해 새로운 의욕을 회복했고, 여전히 작가적 역량이 녹슬지 않았던 도일은 결국 <빈집의 모험>을 통해 홈즈를 공식 부활시킨다.
이처럼 <홈즈의 마지막 사건>은 큰 반향을 일으키며 대중문화 팬덤 자체를 바꾸는 분기점이 되었을 뿐 아니라, 작품 배경이 된 스위스 베른주의 한적한 시골마을이던 메링겐 역시 세계적인 명소로 바꾸어 놓았다.
메링겐 주민들은 홈즈 덕택에 이후 세계적 명소가 된 '라이헨바흐 폭포'를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아 생활이 풍족해졌으며, 도시 관광을 크게 홍보해준 도일 경과 홈즈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폭포 근처 케이블카 역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탐정" 이라는 추모판까지 설치했다. 모리어티 교수가 떨어진 실제 절벽의 무대는 폭포 꼭대기까지 길을 올라가 다리를 건너고, 언덕을 따라 내려가면 접근할 수 있는데, 절벽에는 명판을 설치해 놓았다. "이 두려운 장소에서 셜록홈즈가 1891년 5월 4일 모리어티 교수를 물리쳤다"고 쓰인 이 명판은 영어 외에도 독일어, 프랑스어로도 쓰여 있으며, 전망대에서 볼 수 있도록 큰 십자가로 표시하고 있다. 메링겐의 한 잉글리쉬 교회 앞에는 특징적인 사냥캡과 망토를 두르고, 파이프를 든 홈즈 동상도 설치되어 있다.
<홈즈의 마지막 사건>은 코난 도일이 직접 선정한 '가장 재미있는 단편 12선'에서 4위에 올랐으며,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는 필독서로 추천한다.
- 코난 도일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명탐정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 코난 도일의 본명은 아서 이그나티우스 코난 도일(Arthur Ignatius Conan Doyle)이다. 1859년 5월 22일 영국 에든버러에서 태어났다. 그는 에든버러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안과의사로 개업했다.
홈즈를 쓰게 된 배경은 병원 운영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부업으로 시작한 것이라 한다. 홈즈 소설은 처음에는 번번이 출판사로부터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당시 출간 준비 중이던 영국 잡지 <스트랜드 매거진>의 편집장이 도일의 원고에 매력을 느껴 홈즈 시리즈 단편들을 연재하기로 계약했다고 한다. 홈즈의 모험은 곧 폭발적 인기를 끌었고, 상당한 원고료 수입이 들어오게 되며 도일은 본업인 개업의 활동을 중단하고 전업 작가가 되었다.
홈즈 시리즈 외에도 다양한 군사소설과 심령소설을 집필하며 왕성한 작가 활동을 했으나, 가장 성공한 작품은 누가 뭐래도 홈즈 시리즈다. 도일경은 1930년 7월 7일 영국 크라우버러에서 숨을 거두었지만, 21세기에 이른 지금도 홈즈 시리즈는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과 연극, 뮤지컬 등 장르를 불문하고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