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바람이 부는 어느 흐린 날 오후, 베이커가 홈즈의 하숙집으로 한 통의 의뢰 편지가 도착한다. 한눈에도 일류 명문가에서 보낸 편지임을 알 수 있는 고급 편지봉투와 편지지 - 의뢰의 주인공은 친가와 외가 모두 왕실의 핏줄이 흐르는 공작이자 외무상의 차남으로, 그 자신도 전(前) 내각에서 차관을 지낸 고귀한 신분의 로버트 세이먼 사이먼 경이다.
사이먼 경은 늦은 나이에 발랄한 미국인 아가씨 해티를 만나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해티의 아버지는 미국에서 광산 개발로 어마어마한 부를 손에 넣은 인물로, 신분 높은 영국 귀족과 딸이 결혼하게 된 것을 기뻐하며 런던까지 날아온다. 그런데 뜻밖에도 결혼식을 마치고 축하 파티에 참석했던 신부가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사이먼 경은 신부의 행방을 찾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홈즈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사건을 파고들자 사이먼 경은 공작이라는 높은 신분에도 불구,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는 사실과 해티를 만나기 전에 오래 사귀었던 여배우가 있었음이 드러난다. 게다가 그 여배우는 사이먼 경의 결혼식 당일 축하 파티를 하던 집에도 찾아와 행패를 부리다 쫓겨났고, 실종된 신부가 집 근처에서 그녀와 만나는 것을 보았다는 증언도 나오게 된다.
영국 경찰은 한 연못에서 신부가 입었던 아름다운 드레스와 반지가 버려진 것을 발견하고, 이미 신부는 사이먼 경의 전 애인에게 납치 살해된 것으로 의심한다. 그러나 홈즈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사건의 진상을 단숨에 파고드는데...
<독신 귀족>은 범죄학 전문가이자, 속전속결로 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으로서의 홈즈의 면모를 어김없이 보여주는 동시에, 의외의 반전으로 흥미를 더하는 사건이다. 스트랜드 매거진 1892년 4월호에 발표되었다.
- 코난 도일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명탐정 셜록 홈즈를 탄생시킨 코난 도일의 본명은 아서 이그나티우스 코난 도일(Arthur Ignatius Conan Doyle)이다. 1859년 5월 22일 영국 에든버러에서 태어났다. 그는 에든버러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안과의사로 개업했다.
홈즈를 쓰게 된 배경은 병원 운영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부업으로 시작한 것이라 한다. 홈즈 소설은 처음에는 번번이 출판사로부터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당시 출간 준비 중이던 영국 잡지 <스트랜드 매거진>의 편집장이 도일의 원고에 매력을 느껴 홈즈 시리즈 단편들을 연재하기로 계약했다고 한다. 홈즈의 모험은 곧 폭발적 인기를 끌었고, 상당한 원고료 수입이 들어오게 되며 도일은 본업인 개업의 활동을 중단하고 전업 작가가 되었다.
홈즈 시리즈 외에도 다양한 군사소설과 심령소설을 집필하며 왕성한 작가 활동을 했으나, 가장 성공한 작품은 누가 뭐래도 홈즈 시리즈다. 도일경은 1930년 7월 7일 영국 크라우버러에서 숨을 거두었지만, 21세기에 이른 지금도 홈즈 시리즈는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과 연극, 뮤지컬 등 장르를 불문하고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