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반지> (The Rose and the Ring)은 19세기 영국의 위대한 문호 찰스 디킨스에 필적하는 유일한 작가라는 극찬을 받은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가 어린이, 청소년을 위해 쓴 유일한 장편 동화다.
1854년 12월 25일 성탄절에 발표된 이 동화에는 태어날 때부터 불행을 선물 받은 공주와 왕자, 신비한 힘을 지닌 아름다운 장미와 반지, 교만한 왕과 귀족들, 사악한 흉계에 능한 간신들, 충직한 신하들과 백성들, 남다른 마법을 지닌 검정 지팡이라는 마술할멈과 사자에 이르기까지 흥미진진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깊고 큰 숲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위치한 파프라고니아와 크림타탈리는 각각 사정에 의해 적통을 계승할 기그리오 왕자와 로자르바 공주는 왕위를 빼앗긴다. 귀한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권력에서 밀려난 이들은 어릴 때부터 온갖 고생과 설움을 겪어야 했다. 한편 이들의 자리를 대신 차지해 왕자와 공주가 된 바르보 왕자와 안젤리카 공주는 이와 대조적으로 어려움 없이 자란다.
자신이 공주였다는 것도 모르고 이웃 나라 공주의 시녀로 살아가던 로자르바 공주는 베신더란 이름으로 남다르게 아름답게 성장하고, 기그리오 왕자와 바르보 왕자 모두는 베신더에게 깊이 반하게 된다. 그러나 이를 시샘한 안젤리카 공주와 사악한 꾀라면 뒤지지 않는 공주의 유모 가미가미 부인의 흉계로 베신더는 성에서 맨 몸으로 쫓겨나고, 운명은 로자르바 공주와 바르보 왕자를 번번이 사형장까지 끌고 가게 된다.
이 이야기에는 갖고 있기만 하면 모든 이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신기한 마법 반지와 아름다운 장미꽃이 등장한다. 이는 아름다움이나 권력, 재물, 지식과 같은 보통 인간들이 바라는 욕망의 상징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노력이 아니라 마술할멈의 선물로 얻게 된 이 반지나 장미는 때로 그것을 지닌 사람을 오만하고 우둔하게 만들어 불행을 자초하기도 한다. 로자르바 공주와 기그리오 왕자는 본래 그 장미와 반지의 주인이었지만, 장미도 반지도 그들의 손에서 떠난다.
복잡하게 얽힌 관계 속에서 공주와 왕자는 과연 의지만으로 운명에 맞서 이기고, 행복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
<장미와 반지>는 왕실의 복잡한 암투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흥미진진한 로맨스와 새커리 특유의 신랄한 위트와 풍자를 잃지 않고 있다. 이 <장미와 반지>는 새커리 원전을 청소년용으로 읽기 쉽도록 정리해 다시 쓴 것이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유용한 재미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수작으로 일독을 추천한다.
-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Willam Makepeace Thackery)
<장미와 반지>의 저자 윌리엄 새커리는 1811년 7월 18일, 인도 캘커타 인근에서 태어났다. 부친이 동인도회사 관리였는데, 윌리엄이 아직 어린 1815년 사망했다. 외아들이었던 그는 부친의 사망 후 영국으로 보내졌고, 차터하우스와 명문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학위를 받지 못하고 대학을 중퇴했다.
1833년 그는 전문 화가가 될 결심으로 파리에 정착해 한동안 그곳에 살았다. 그의 미술적 재능은 그가 자신의 글에 직접 그린 삽화에서 엿볼 수 있다. 새커리는 1836년 파리에서 만난 아일랜드 출신 이자벨라 게딘 쇼우와 결혼한 후 1837년 런던으로 돌아왔다. 이들은 슬하에 세 딸과 아들을 하나 두었다. 그런데 이자벨라는 셋째 딸을 출산한 1840년경부터 정신 질환이 생겨 악화되었고, 새커리의 결혼 생활도 이에 악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그 후 그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새커리는 직업 기자로 활동하는 한편, 1830년대 후반 다양한 잡지에 글을 기고하며 차차 작가로 이름을 알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가 기고한 잡지는 <프레이저스 매거진>, <뉴 먼슬리 매거진>, <펀치>지 등이다.
새커리는 빅토리아 시대 영국 상류층의 허영과 위선을 신랄하게 비꼰 소설로 유명했다. 그런 풍자 소설의 가장 대표작이 그가 1847년부터 1848년까지 19개월 동안 월간으로 연재한 『허영의 도시』 (Vanity Fair) 라는 작품이다. 이는 그가 본명으로 발표한 첫 작품이기도 하며, 평론가들 사이에서 ‘영어로 쓰인 가장 위대한 소설’ 이란 찬사를 받기도 했다.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로 리메이크될 정도로 인기를 모은 성공작이다.
또한 <펀치> 잡지에 연재한 『영국의 속물들』 (The Snobs of England, by One of Themselves, 1848년) 에서도 영국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자신의 독특한 문체를 어김없이 드러냈으며, 4년 전 발표한 그의 최초의 소설인 『배리 린든의 행운』 (The Luck of Barry Lyndon, 1844년) 의 주요 등장인물은 불한당이나 악당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그난 1850년대 들어서도 『펜더니스 이야기』(The History of Pendennis, 1850년), 『뉴컴 일족』(The Newcomes, 1855년) 등 활발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으나, 상업적으로나 평가에 있어서 『허영의 도시』 를 앞서지는 못했다. 새커리는 그 후로도 위대한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유일한 맞수라는 평가 속에 다수의 작품을 창작하다가 1863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런던에서 숨을 거두었다.